온달/稗說

하늘의 그물

온달 (Full Moon) 2020. 7. 28. 12:09

늘의 그물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정 호 승<하늘의 그물>

 

괴테의 '눈물 젖은 빵'의 싯귀와 닮아있습니다. 아무렇게나 생각없이 살아도 되는 것일까?  하늘 길이 참 느슨해 보여도 그 그물은 촘촘하기 그지 없습니다. 전능하신 분은 가련한 인간들을 죄짓게 그냥 놓아주는 관용만 베푸는 분이 아닙니다. 결코 엉성하고 느슨한 그물의 주인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지은 죄 이승에서 다 갚고 가도록 採根하는 촘촘한 그물의 소유자이십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고뇌에 찬 밤을 보내야 하는 처절함이 우리 앞을 막아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천국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라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잘 처세하고 산 것 같아도 탐(貪) · 진(瞋) · 치(癡)의 삶은 길 떠나기전에 꼭 定算해 야할 負債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야야 겠지요. 그 분의 그물은 성능이 매우 좋아 메주알 코주알 하나 빠뜨림없이 걸러내고 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저마다의 인생사용 성적표를 채점하고 있을 것입니다.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먼 밤 하늘을 올려보는 신세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어린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그물을 빠져 나가는 새 家族이 부럽다고요? 새는 결코 공중에 곳간을 가지고 살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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