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 석현수
덕지 덕지로 매달려
내 얼굴의 일부가 되어버린
살아온 흔적들
항목마다 번들거리며
나를 자만케하는
출신, 직책
그리고 반복되는 입학 졸업
분칠이 심하군
과대포장된 허수
이름석자를 질식시키는 스스로의 족쇄
나는 가까스로 반문한다
너는 누구였더냐를
아버지의 아들로써
유년기와
사랑하는 집사람을 만나,
숨도 못 쉴 사랑을 한 젊은날의 기록은 생략되었다
속절없는 세월속에
참한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고
그 아이들의 다음 아이의 세대를 기다리다 보니
자격처럼 듬성듬성 흰머리도 심어 놓았다
표창도 감사장도
늦어진 시간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을 수업중인
제출할 곳이 없어진 이력서(履歷書)는
마침내 정직하다
겸손의 마침표만 비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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