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삼계탕(2005)

세월은 잘 간다

온달 (Full Moon) 2015. 4. 8. 18:55

세월은 잘 간다 / 석현수
 

I
아 ! 세월은 잘 간다 아이 아이 아 이

나 살던곳 그리워라.

노래 제목이 '아이 아이 아이' 이던가?

이 노래를 부르던 중학 시절,

까까머리와 함께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면

영어 문법 삼인칭 단수 시험에 단골로 나오던 영어 문장이 있었으니

"Time flies like an arrow" 였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간다는 뜻이겠지

우리에게는 3인칭 단수 동사에 "S" 붙이는 것만이 중요했다.

세월은 우리를 홍안으로 두지는 않았으니

어언 반백의 나이에, 성큼성큼 계급처럼 흰 머리를 박아놓고

세월은 저 만치 흘러 가누나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

세월은 우리 인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푸시킨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Suddenly all flies away,

and delight returns tomorrow".

 


뜰앞의 연못가에 봄 기운이 드나 싶었는데

계단을 내려 서려니

벌써 오동나무에서 가을 잎 소리가 들리는 도다

未 覺 池 塘 春 草 夢 (미각지당춘초몽)

階 前 梧 葉 已 秋 聲 (계전오엽이추성)

얼마나 빠른 세월이면

봄을 채 느끼기도 전에

우리는 낙엽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 (少 年 易 老 學 難 成  )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이 문장에 가리워 그 뒷 글의 운치를 놓치고 말았구나

공부, 공부를 강요 당하며,

시달리던 젊은시절

차라리  봄 기운에,

가을 낙엽소리를 연상하는 시심(詩心)을 알려 주었더라면---

한줄기 빛의 흐름 (一 寸 光 陰 不 可 輕 ) 보다는

더 리얼하게 우리에게 세월이  닥아섰을 것이다

 

세월의 속도감,

현기증을 느낄 만큼 빠른 초고속 속도를 느껴보자

「장자(莊子)」 

외편(外篇)의 <지북유편(知北遊篇)>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여태후(呂太后)가 유후(留候)에 대하여 한 말이라 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마치 흰말이 달려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간일 뿐이다

人生一世間 如白駒過隙 (인생 일세간 여백구과극)

죽음이란 화살이 살통을 빠져나가고

칼이 칼집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이에 따라 몸이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다.  

 

천년전 공자 왈 맹자 왈 시절에

소달구지 상태에서 나온 세월의 속도감이

초고속 인터넷 21세기에도

하나도 덜하지 않는 시간 감각이다

신이 인간에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몇 가지가 있다는데

'살아 있는 동안 그 많은 날을 덧없이 허송하면서도

죽을 때는 단 하루도 살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바둥거리는 모습'

이라고 한다.

마지막 한순간에 일러

문틈으로 지나가는 백마의 뒷모습이라도 보려는 애틋함이

어찌 다른 사람이 이야기만이랴


가는 세월

뒤돌아 다 볼수 만은 없다.

성경 말씀이다

'오지 않는 것을 탐하여 찿고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상념할때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로 인하여

베어진 갈잎처럼 시든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고 한다

단지 연습이 없는 연극이라고---

너무 지나간 것에 매달리는 사람에겐

아름다운 현재를 태운 뒤 재만 남는다고 한다.

다음 말씀은 어떠한가?

'인간은 고결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없고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 만을 염려한다.

고결하게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능력안에 있지만,

오래사는 것은 사람의 능력안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Men do not care how nobly they live,
but only how long,
although it is within the reach of every man to live
but whithin no man's power. 

 

인명은 재천이라는데

빠른 세월 매어 둔들 얼마나 될까

길어야 100년이라도 될까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게 하는 명구(名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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