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물
석현수
한해를 보내는 소회(所懷)를 이야기 할 시즌 특집 속에 평소 듣기만 해도 거북하고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좀 어색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사랑노래는 많았어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흔치 못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그렇게 딱딱하고 무딘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울기가 심할까요? 신라시대 향가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호미에 비교 하고 어머니의 사랑을 낫에 비교하였습니다.
‘호미도 날이 있습니다 마는 낫 같이 들 리가 없습니다.
아버지도 부모이긴 합니다만 어머님 같이 사랑할 리 없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에 비해 지금도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까?
우리를 나게하고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가 어느 쪽이 더 높다, 넓다가 그다지 의미 있는 일이 아닙니다만 그러나 점 점 잊혀져 가는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 사랑에 너무 대조적임을 안타까워 합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아버지’라는 동영상에서 나타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이러한 변명 섞인 표현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선물’이야기는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팀 러설트( Tim Russert)가 쓴 ‘아버지의 지혜’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이 책은 아버지 사랑에 대해 일화들을 미 전역에서 수집하여 간추린 내용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아버지의 참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우리 주변이야기 들을 모아 놓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자전거
일곱 살 때 처음으로 자전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습니다. 1943년도 한창 2차대전이 진행중이었던 생활이 어렵던 시절이라 요즘처럼 아무데서나 새 자전거가 눈에 띄는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어지간한 철붙이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 긁어모아 전쟁터로 보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지요. 당시 나는 자전거가 너무 가지고 싶었습니다. 방법 있나요,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가져다주는 선물 보따리에 자전거가 있기를 간절이 기도 드리는 수 밖에 요. 어떻게 생겨먹던 두 바퀴만 달린 거라면 좋겠으니, 꼭 가져 오라고 기도에 기도를 해 왔었지요. 아버지께서는 올해는 아마 산타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못 가져 오실 거라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저를 위로해 주시었습니다. 드디어 성탄절이 되었네요. 그래도 나는 집안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자전거를 찾아보았습니다.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이른 아침 지하실에 내려가 보고 기절 초풍할 지경 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너무나 훌륭한 크고, 붉고, 은색이 나는 너무나 예쁜 자전거가 거기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나는 날아 갈듯 달려가 자전거를 살폈지요. 자전거 핸들은 넓었으며, 뼈대는 붉은 색이었고, 뒷 물바치게는 은색이었으며 가죽 안장을 높게 달았더라구요. 무엇보다 두 바퀴가 달렸기에 틀림없는 자전거로다 생각했지요.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눈발이 뿌려 진종일 기다리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나는 정신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녔는데 겨울 바람에 얼굴이 아렸다는 것 밖에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며칠 지난 뒤에야 이 훌륭한 자전거 여기 저기에서 흠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울퉁불퉁한 물 바치게며
<아버지의 자전거는 완전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가 사랑으로 만들어 내신 것임을 아들은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시련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릴 때, 진실로 의지하고 싶은 이는 바로 아버지가 아니던가요. 아버지란 존재는 항상 우리들 가슴속 깊은 곳에 뜨겁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철없던 시절 아버지는 사춘기 반항의 대상이며 부정과 극복이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내가 오늘 이렇게 온전하게 사람의 구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지켜준 아버지의 힘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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