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을 신는 동안
최 정 례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는 듯이
본처들은 급습해
첩의 머리끄뎅이를 끌고 간다
상투적 수법이다
저승사자도 마찬가지다
퇴근해 돌아오는 사람을
집 앞 계단을 세칸 남겨놓고
갑자기 심장을 멈추게 해 끌고 가 버린다
오빠가 그렇게 죽었다
전화를 받고
허둥대다가
스타킹을 신는
그동안만이라도 시간을 유예하고자
고작 그걸 아이디어라고
스타킹 위에 또 스타킹을 신고
끌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