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미안
분단 70년,
60주년 현충일이다
너를 휘날리며 전선으로 떠난 님
너를 덮고 잠들어 돌아온 님
엊그제 일이 아니다
잊힐만한 일이 아니다
너 속에 호국 영령들이 힘차게 펄럭여야 하는 날이다
2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 대단지
너를 내단 집이 별로 없다
한 뼘 내린 조기弔旗는 더욱 귀하다
어떤 때는 짓밟히고
올해는 화형까지 시키더니
수모가 예삿일쯤이다
세월호 때문이라 해두자
메르스 때문이라 해두자
다음에는 또 무슨 핑계를 댈까
언제 우리가 마음 편히 쉰 날 있었냐고 묻겠지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서
그렇다면 그런 당신 꼴은 성한 상태인가
국기 잊고
현충일을 보내다니
어디 놓아두었는지조차도 모르겠지
이래서야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 수 있겠는가
국기, 미안
또 미안.
달라지는 것이 너무 많다. 생활이 바빠서겠지. 기억해야 할 일들이 점차 잊혀가고, 분주한 일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늘은 현충일,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선열들의 나라 사랑을 생각하는 날이다. 일 분간 울리는 경보기 소리로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념하고, 나라사랑 마음을 일깨우는 날이다. 살고 있는 곳이 2천 세대가 넘은 큰 아파트 단지다. 펄럭이고 있어야 할 태극기는 고작 몇몇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교통체증이 극심해졌다니, 모두 산으로 들로 나들이 나선 모양이다. 그냥 바빠서가 아니었나 보다. 제사보다는 잿밥이라더니 이날을 공휴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호국영령 팔아가며 마시고 놀 바에야 차라리 달력의 빨간 글자를 지우고 까만 글자로 바꾸어 버려라. 국기 하나 매달 여유도 없는 오늘의 세태가 부끄럽고 또 한심하기만 하다. 태극기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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