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美世麗尼(2018)

혼돈의 시대

온달 (Full Moon) 2018. 2. 16. 16:49




혼돈混沌의 시대

 

촛불은 무서웠다. 새로 뜬 굿판이란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이러다, 나라 홀라당 태워 먹을까 봐 아주 무서웠다. 민심이 천심이라지만 하늘 마음 뉘라서 알랴.

이럴 때 태극기, 심장이 뛰지 않아 정말 슬프다. 급할 때 부적처럼 품고 나오라고 나라 깃발 만들었나? 국기는 알고 있을까? 누가 성한 쪽인지 누가 망할 쪽인지? 이 답도 저 답도 줄 수 없는 측은지심惻隱之心 . 우리가 국기를 슬프게 하고 있다.

 

도무지 바깥 온도를 알 수가 없다. 쓸 목적이 다르니 서로 틀릴 수밖에. 되를 들은 이, 자를 들은 이, 늘이고 싶은 쪽, 줄이고 싶은 쪽, 큰일 났습니다 하는 쪽은 숫자가 클수록 대단한 기삿거리가 되고 별것 아닙니다 하는 쪽은 숫자가 적어야 윗선이 덜 불편하다. 주최 측 추산 100만, 경찰 추산 20만. 서로 엇비슷하게 된다면 그게 기적일 테지. 시위는 매번 질서 정연하나 참가자 숫자는 늘 혼란스럽다. 노인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길거리 시위도 숫자에 불과한 것이겠지.

 

내 맞다 네 맞다 주말마다 벌리는 보이지 않는 기싸움. 발목 잡았다 하고, 허리를 잡혔다고. 밀치고 당기며 티격태격하는 사이 백성들만 중간에서 고달프다. 무심과 측은지심 사이에 헷갈리기만 한다. 모두가 뛰쳐나와 허둥대니 이 난세에 누가 해법을 알고 있을까? 어느 쪽이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혹시 솔로몬 지혜라도 있다면 몰라도. 이 모든 것은 곧 지나가리라는 현자의 말만 위로로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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