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 번도 날 사랑이라 불러주지 않았다
고 은 영
나는 그에게 슬픈 눈빛의 애처로운 한 마리 새다
혼자서 놀다가 저물도록 존재가 버거워
울어 젖히는 저 겨울 깊은 숲 속 한 마리 새다
작은 바람에도 울어 젖히는 한 마리 새다
그는 한 번도 나를 그립다 말하지 않았다
서러운 소리로 웬 종일 부서지는
나는 그에게 절망의 파도다
밀물의 충만한 가슴을 밤새 토 열로 게워내고
썰물에 한껏 서글픈 수치를 드러내는 고독들이
밤을 오가며 범람하는 은밀한 바다의 슬픈 연가
그는 한 번도 내게 미움을 팔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도 처연한 내 모양에
소리 없이 반응하는 높은음자리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어
심장으로 끌어안은 두꺼운 부피의 사연
잠깐 쓸려도 아픈 아리도록 고귀한 노래
그는 한 번도 내게 보고프다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떠 올린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내 그리움은 여전하고
사랑의 이름으로 그를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다
단지 내 안의 기억 속에서면
그는 생뚱맞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거나
아니면 환한 미소로 날 멀끔히 쳐다본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에게 늘 아픈 바람이다
그는 한 번도 날 사랑이라 불러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그 조차 말 못할 뼈아픈 사랑이라는 것을
눈물겨운 사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