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는 길
석현수
시를 쓰고 싶었다
백일장 후 국어 선생님께 여쭈었다
“시인이 되고 싶어요.”
“않되, 녀석아 그 길은 굶어 죽는 길이야.”
중2때의 일이다
어렸기에
선생님 말씀 귀 담아 들었고
습작 뭉치들을 불살라 버렸다
굶어죽긴 싫었나 보다
말씀 흘려들었다면
밥도 못 먹고 살았을 것을
늦깎이
시인이 되었다
스승은 떠나시고, 가족부양의 의무도 마쳤으니
굶어 죽어도
혼자 죽을 일만 남았으니
시를 써도 되겠지
한참 뒤진
시인詩人의 길이다
손으로 쓰고
발로 그리고
껌 값에도 사지 않을 시집을 냈다
시에 목숨 걸었더라면
선생님 말씀같이
진작 굶어 죽기 알맞을 사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