著書/말을타고(2012)

쓸데없는 참견

온달 (Full Moon) 2015. 4. 16. 08:28

쓸데없는 참견 

 

석현수 

 

 

 

  

 

죽는소리 그만들 해라!  

하느님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니.

인간들 탐욕이 멈춰서야 주님도 따라서 쉴 수 있을 텐데.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주님은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셨다.” (탈출기 20,8~11)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주일은 주님께 복 타러가는 날, 죽는소리 하러 가는 날,

일요일이 장날이다.

하느님이 복 공장 CEO나 되는 줄 아는 이가 많다.

달라는 복 다 만들다가는 하루해도 짧을 것이다. 세상 창조한다고 경황이 없는 가운데도 주일만큼은 꼭 휴식을 취했는데.

어찌 천지가 개벽 칠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게 돌아가야 할까?

주님 이러지 마시고 피곤하실 때는 눈 좀 붙이세요.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팻말 하나 매달아 놓고 좀 쉬시라니까요.

“참 보기 좋았다.”

이 말은 더 바랄 나위 없이 잘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만하면 됐어, 대강 해라”

한소리 하고 싶어도 행여 삐칠까 덜 미더워 “오냐 오냐” 하고 계시는 건 아닐는지? 운다고 젖 더 준다는 것은 지상에서의 처세술이지 하늘의 법도가 아닐 것 같은데.

주일主日은 주의 날이다.

인간의 날이었으면 인일人日이라고 했겠지.

주일은 사람 중심이기보다는 주님 중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내버려 두면 365일을 하루도 쉬지 못하니, 화 한번 버럭 내시면 안 될까? 하늘나라에도 근로기준법 위반 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다.

상상해 보자.

하느님의 페이스 북에 매달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63억 세상인구의 반 정도가 기독인이면 팔로워followers는 30억이 넘는다. 접속 건수가 한꺼번에 폭주하면 하늘 길도 막히지 않을까? 급하지 않다면 노약자에게 엘리베이터 양보하듯 계단을 이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지 쓰고 전화하고 e-메일 보내도 될 것 같은데, 떼거리로 뛰쳐나와 왜 저 난리들인가.

주일은 부담 없는 부탁이나 드려라.

하느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주기도문에서)

아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난제인지도 모르고?

차라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정도라면 하느님도 쉴 수 있겠지. 주문이 없으면 일할 거리도 없을 테니까.

공장도 하루쯤 가동을 멈추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 여유를 주면 하늘나라가 더 잘 돌아갈 것 같아서…….  

 

 

 

* 주해主解

하늘의 일은 땅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구든지 구하면 받고, 찾으면 얻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생선을 달라는 자식에게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으며, 달걀을 달라는데 전갈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루가복음 11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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