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운문

가난한 사랑의 노래

온달 (Full Moon) 2020. 4. 8. 18:22




가난한 사랑의 노래

                              신 경 림

 

가난 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 지는데

가난 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고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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