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울음
석현수
카약 체험을 하던 학생들이 집단으로 물에 빠졌다. 신속한 구조로 55명의 아이는 무사히 구조되었으나 한 아이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바다를 향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아흐레를 절규하며 기다렸지만, 학생은 끝내 싸늘한 모습이 되어 엄마 품에 안기었다.
‘엄마의 굴착기’란 일본발 기사도 있었다. 전교생의 절반이 쓰나미에 휩쓸린 바닷가 초등학교 학부모는 딸의 시신을 찾기 위해 중장비 운전 자격증까지 취득하여, 굴착기를 빌려 학교 주변 땅을 파헤치기를 몇 달이나 계속했다. 결국, 아이의 주검은 다른 연안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지만. 어머니는 그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와락 터트렸다.
“딸아, 이렇게라도 돌아와 줘서 고맙다.”
자식의 주검을 끌어안은 어머니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숨 거둔 아들 예수를 무릎에 앉히고 비통에 빠져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피에타라고 한다. 슬픔, 비탄을 상징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죽어 돌아온 어린 자식을 껴안는 어머니의 슬픔이 어찌 피에타보다 덜하랴. 어머니란 시간, 공간을 초월하여 모두 똑같은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자식의 죽음은 부모에겐 단장지애斷腸之哀다.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이란 뜻이다. 진晋 나라 제후인 환공이 삼협三峽의 강 길을 따라 유람에 나섰는데 병사 하나가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아와 배에 실었다. 그러자 어미가 구슬피 울어대며 물길 따라 무려 100여 리를 따라오다가 새끼를 구할 길이 없자 뱃전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고 말았다. 죽은 어미 원숭이는 애가 탄 나머지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한다. 풍랑에 자식을 빼앗긴 어미의 속도 이같이 타들어가지 아니하였을까 싶다.
사막은 장례 풍습이 풍장風葬이다. 모래사장 위에 주검을 가져다 놓으면 때론 독수리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모래 더미에 파묻혀 버린다. 잦은 지형 변화로 장지葬地를 다시 찾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새끼 잃은 어미 낙타는 슬픈 울음을 평생 운다는 낙타의 모성애를 이용한다. 데리고 간 낙타 새끼를 장지에 내다 버림으로써 망자를 위한 순장殉葬의 의미를 살린다. 어미 낙타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슬픈 울음을 운다고 하며 아무리 지형이 바뀌어도 제 새끼가 묻힌 곳은 용케도 알아낸단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낙타가 먼 지평선을 보고 하염없이 서 있는 이유가 이런 이유일지 모르겠다.
자식은 죽어 부모의 가슴에 묻힌다고 했다. 아이의 무덤이 된 어미의 가슴을 생각해 본다. 풍랑이 앗아간 어린것의 흔적을 더듬으며 어머니는 시나브로 수평선에 넋을 잃고 있을 것이다. 원숭이의 애哀가 이보다 더했을까? 낙타의 울음소리가 이보다 더했을까? 피에타 상像의 어머니와 아들이 이 슬픔보다 더했을까?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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