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의 날에
어느 강사가 아주머니 한 분에게 주문했다. 앞으로 나와서 당신이 아주 절친한 사람 20명의 이름을 칠판에 적으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시키는 대로 가족, 이웃, 친구, 친척 등 20명의 이름을 적었다.
그러자 강사는 "이젠 덜 친한 사람 이름을 지우세요!"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이웃의 이름을 지웠다. 강사는 다시 한 사람을 지우라고 하였다. 그녀는 친구의 이름을 지웠다. 이렇게 주문하고 지우고 하다 보니 이윽고 칠판에는 네 사람만 남았다.
부모와 남편 그리고 아이다. 강연장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청중들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강사는 또 다시 아주머니에게 하나를 지우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망설이다가 부모 이름을 지웠다. 강사는 다시 또 하나를 지우라고 주문했다. 이번에는 각오한 듯이 아이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는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얼마 후 아주머니가 안정을 되찾자 강사가 물었다.
"남편을 가장 버리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두가 숨죽이고 아주머니를 보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시간이 흐르면 부모는 나를 떠날 것이고, 아이 역시 언젠가는 나를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일생을 나와 같이 지낼 사람은 남편뿐입니다."
부부의 날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시쳇말로 고기를 잡으려면 떡밥을 뿌리고 낚시를 하지만 이미 잡아놓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요? 남편은 아내에게 잡아놓은 물고기가 되고 아내는 남편이 잡아놓은 물고기여서 그럴까요. 부부란 인연은 잡힌 물고기 신세가 절대 아닙니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그날부터 더 소중히 여기고 살아야 할 대상입니다. 당신이 잡아놓은 물고기가 무엇에 굶주리고 있는지 자주 살펴보고 있는지요. 오래 돌보지 않은 물고기는 신선도가 떨어져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집니다.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석입니다. 귀중한 보석일수록 잘 간수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부부 사이를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닌 이심이체二心異體 또는 각심각체各心各體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각각 다름을 이해하며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개념이지요. 질문의 경우가 부인이 아닌 남편이었을지라도 마지막 남길 사람은 역시 아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밖으로 찍으면 남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사랑이 있는 세상은 충분히 살만합니다. 매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 오히려 소홀했던 부부간에 서로의 관심을 일깨우는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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