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잡초
若將除去無非草 (약장제거무비초)
好取看來總是花 (호취간래총시화) -朱子-
베어버리자면 잡초 아닌 게 없지만 가만히 두고 보면 꽃 아닌 게 없다. 꽃이라 하여 우대받고 잡초라 하여 홀대할 것이 아니다. 잡초와 꽃의 경계는 원래가 없던 것이니까 저마다 앉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때와 곳 쓰임새에 따라 잡초가 꽃처럼 대접받아야 할 곳이 있고 꽃이 잡초 취급을 받아 뽑혀 날 때가 있다. 꽃과 잡초란 태생이 결코 그들의 중요한 경계가 될 수 없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하여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다. 꽃밭에 있는 놈은 잔디, 바래기, 쇠비름 등이 되겠고, 잔디밭에는 잔디를 성가시게 하는 질경이, 민들레, 망초, 코스모스 따위 등이 있겠다. 주가 있는 곳에서 주되지 못하니 자연스레 ‘놈’이 되고 ‘따위’라는 수식이 붙는다.
잔디밭에 핀 코스모스는 잡초가 되어 박멸의 수모를 당한다. 세상에 꽃밭에 생겨난 잔디에 잔디 잘 크라고 물주는 바보가 있겠는가. 주류와 비주류란 묘한 인연이다. 있을 곳에 있지 못하여 ‘비’, ‘따위’ 자가 붙는 순간부터 운명은 처절해진다.
꽃과 잔디가 해야 할 일이란 꽃밭에서 꽃이 되고 잔디밭에서 잔디가 되는 일이다. 꽃밭에서 잔디다운 잔디가 되려는 놈은 슬프다. 잔디는 잔디밭에서 주류가 되어있을 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꽃일지라도 제가 있어야 할 꽃밭이 아니라면 화단 주인은 반갑지 않는 일이라며 꽃을 뽑아 내던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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