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란 어미란 석현수 어미란 낳은 이유만으로도 어미이기에 족하다 때론 기른 정을 말하기도 하고 가슴으로 낳는 자식도 있다고들 하지만 글쎄다, 글쎄올시다 어미는 내 몸의 원元몸이요 혼의 바탕 샘이시니 피 붙이로 나를 부쳐준 것 외에 달리 수사가 더 필요하랴 어미는 목숨을 걸었던 사람..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다시 온 천국 다시 온 천국 석현수 보고 싶고 늘 그리던 아이들이 한곳에 모였다 찜통 같은 더위도 천국이니 덥지 않고 그저 따뜻할 뿐이다 적막함이 돌았던 집이 옛날 옛적 아옹다옹 하며 셋 아이를 키우던 그 때 분위기로 되살아났다 둘째가 막 돌 지난 아기를 데리고 친정을 찾았다 셋째가 갓 난 아..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달아, 밝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석현수 음력을 모르니 첫 달 정월을 알 바 없고 둥근 줄도 대 보름 달 인 줄도 이 태백도 모르니 연못에 빠졌던 그 달 일 줄도 알 이 없다 달을 우러르지 않는 희한한 동네 누가 계수나무 보며 옥토끼 절구 소리 들을 수 있으랴 밤 마실 다니는 사람 하나 없어 중천에 외롭..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노인과 나무 노인과 나무 석현수 나무와 사람이 같이 서 늙어 있다. 서로 무언가를 중얼 댄다. 고목은 대답을 곧 잘 해주고 노인도 잘도 알아듣는 듯하다. 연신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니 그러하다. 서로 통하나 보다. 굽은 등과 엉거주춤한 자세와 행장이 고목 보다는 노인 쪽이 더 파삭 늙었다. 꽂힌 팻..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이 등신아 이 등신아 석현수 양도세? 그건 대한민국 졸부나 잡으려고 한 덫이야 서민들에겐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나라 얘기지 좁은 땅 덩어리에 제 몸 뉘일 곳 하나면 족하지 돈 되는 곳에 돈 묻고 다니는, 날고 기는 사람 붙잡아 두는 정부의 거룩한 장치거든 스무 평 서울 아파트가, 웬걸 2억이나..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춘마 도루묵 일지 춘마 도루묵 일지 석현수 하나. 10월 경기를 위해 5월에 모텔 방 하나를 잡아두었다. 명색이 국제 경기라는데, 시작부터 긴장하는 모습이다. 둘. 죽어라 연습했다. 백 오리(42.195Km)가 적은 거리가 아니다. 봄, 여름 꼬박 6개월을 춘천 마라톤 가을 경기 하나를 두고 뛰고 또 뛰었다. 셋. 유일..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일탈逸脫을 꿈꾸며 일탈逸脫을 꿈꾸며 석현수 사랑은 깊이를 재는 것이 아니야 무모하여야 하는 거야 천 길 낭떠러지를 치달아 허공에 몸을 맡겨 하늘로 떠야 하는 거야 상처 받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주고 준만큼 되돌린 다면 무난한 인간관계일 뿐이지 사랑은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살얼음 판 위의 마..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인정채무人情債務 인정채무人情債務 석현수 꽃은 예민하다 함부로 정 주지 마라 사뿐한 나비의 낯익은 입맞춤에도 잎은 출렁이고 꽃 마음 울렁인다 하찮은 이야기도 빈번히 오가다 보면 인정은 키만큼 자라나고 물만 먹어도 콩나물 크듯 헤픈 만남으로도 충분히 가슴 아픈 상처를 줄 수 있는 것 잎이 출렁..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사랑놀이 사랑놀이 석현수 사랑은 수렁 우리를 부르는 음흉한 흉계의 무서운 손짓이며 허우적거릴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펄이며 늪이다 사랑은 통발이어서 빠른 물살만 있을 뿐 빠져나갈 수 없는 소용돌이 서투른 피라미를 막다른 골목으로의 몰아넣는 유혹이다 사랑은 룰렛게임 38구경 6연..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메일 메일 석현수 우편물은 문 밖을 내다보고 기다리지만, 인터넷 메 일은 눈에 불을 켜고 날 밤 새는 것. 손끝에 놀던 언 어들로 환청 잡히고, 꼴뚜기도 얼굴 없는 고개를 드 는, 가장무도회Maskarade.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