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늦기 전에 석현수 애정 섞어 사랑한다 하여라 흔할 것 같은 이 말도 소리 내기 어려울 때가 있을지도 모를테니 뉘우치며 용서를 구 하여라 ‘내 잘못 이오’ 여간해서 쉽지는 않겠지만 맹물처럼 무덤덤한 그런 날이 올 런지도 모를테니 소리 내어 울어라 북받치는 감정 쏟아가며 들먹거..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가위눌림 가위눌림 석현수 혼란스럽다 나를 이곳으로 내 몰다니. 필사적인 몸 부림 손발은 다 어디로 보냈는지 미동조차 할 수 없 다. 고함을 지르나 소리는 목안에 잠기어 있다. 신이 도운 외마디 괴성으로 간신히 빠져 나오다. 식은땀 이 흥건하다. 필경 전개가 부드럽지 못했던 지난 일 들이 있..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젊근이 젊근이 석현수 어르신은 예순을 넘어야 듣는 존칭이다 좀 쉬어도 허물이 되지 않는 뒷짐 지는 자들이다 나는 쉰둘의 나이에 뒷짐을 졌다 손이 뒤로 잘 돌아가지 않았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정쩡한 ‘젊근이’가 되었다 그렇게 일찍 물러나다니 무슨 직장이 그러냐고? 아랫도리 힘 풀어..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일흔에는 일흔에는 석현수 쉰에 쉰다는 것이 일 할 때 보다 더 힘들게 십년을 보냈네 긴 세월 십년을 뚝 잘라 개가 물고 가 버렸으니 자투리는 얼마 남았는지 어느새 하얗게 브리치bleach 한방 머리에 놓이고 목엔 너더분한 주름 잡혔네 닥칠 십년 더 그려보니 제대로 색깔이 나오지 않는구나 산다고..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두 가지 임무 두 가지 임무 석현수 인생이 꼬부라진 물파스다. 손자 돌보고 마누라 섬 기고 그러다 해가 빠진다. 날이 어두우면 임무가 잘 된지 리뷰를 한다. 아이는 울리지 않았는가. 식구는 무료하지 않았는가. 자칫 우선순위를 혼돈하면 낭패 다. 운동 해야지, 글 써야지, 음악을 들어야지, 툭 하 면 ..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시절이 달라졌어요 시절이 달라졌어요 석현수 옛 직원 하나가 암 투병 중 이라기에 간신히 수소문해 연결 되었다만 그 양반 부인에게 냉랭 무안 꼴을 당했다 남편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문안전화가 무슨 대수이랴 시절이 달라진 줄 도 모르고 맹한 전화질이라니 밥줄이 연결되어있을 때 위아래 이었..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돈이다 석현수 돈이라 하지만 훔쳐도 죄가 되지 않는 것, 적당히 슬 쩍하면 애교다. 졸기도 하고 신문도 거꾸로 들기도 하고, 숨어서 시간 노략질 하는 맛에 일터는 숨통 튼 다. 아무리 돈 이라 쪼아 붙여도, 저마다 시간을 줄 줄 흘리고 다닌다. 해 빠지면 빈 깡통 휙 팽개치듯 퇴근..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훈장 훈장 석현수 러시아 병사는 훈장으로 빵을 바꿔 먹었다. IMF니 무척 배가 고팠나 보다.“ 귀하가 자신있게 할 수 있 는 건 무엇인가?”“제 특기는‘폭격’입니다.”웃겨 죽인다. 평화가 왔다는데 폭격이 무슨 소용이람. 2 차 대전 후 취업 면접장에서의 일이다 ‘조국은 그대를 믿고 있다..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다 아는 일 다 아는 일 석현수 신입도 돈 나오는 구멍만은 확실히 안다 일터란 재미도 있어야 하는 건데 눈치로 불을 켜고 코치로 목숨을 거니 톡톡 튀어 맛은 있어도 정나미는 덜하다 위아래도 돈 줄이 아니면 개똥 차반이요 먼발치 타인이다 어전에 눈 한번 맞기만 하면 마당 무수리도 후궁 되는데..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
셈〔算〕 셈〔算〕 석현수 꼭두새벽 집 나서서 밤 아홉시 뉴스가 마쳐진 시간에 집으로 든다 셈 해보니 열여섯 시간 아침엔 조출 인원 맞이하고 밤엔 야근자 등 한번 쳐 주고 한 게 뭐냐 물으면 굳이 할 말도 없다만 이 나이에 일은 무슨 일 양 이겠냐 질 이겠냐 늘어진 시간을 생각 해야지 봉급봉.. 著書/나부랭이(2009)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