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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에서 단락이 가지는 의미

수필에서 단락이 가지는 의미 석현수 산문은 단락의 형태를 가진다. 수필은 산문 문장이다. 따라서 수필 쓰기는 단락의 형태를 이루어야 한다. 수필이 산문의 하위 개념인 이상 산문의 주된 형식인 ‘단락의 문학’이라는 형식을 따라야 함은 두말한 여지가 없다. 수필은 산문이라고 하면서 시를 닮은 운문 수필을 써 보겠다는 시도는 일종의 문학의 연금술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지나친 욕심은 작가들을 미망(迷妄)에 빠지게 한다. 시에는 연과 형이 있다면 산문은 단락으로 구성된다. 단락은 주제를 전개하는 기능과 글의 분량(규모)을 가늠할 수 있게 하며, 이야기의 질서를 잡아주는 길잡이가 된다. 1. 운문과 산문 운문이 리듬을 주로 하여 반복성(repetition)의 원리에서 짜나가는 것임에 반해 ①산문은 변용의 논리에서..

수필은 주관적 산문 형식이다.

수필은 주관적 산문 형식이다. - 무형식의 형식을 반론하여 석현수 수필 문학(이하 수필)의 형식을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형식이 없다고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무형식도 형식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아니면 우스운 말인가? ‘무형식의 형식’을 대신할 다른 표현은 없을까? 수필에 제대로 된 형식의 옷을 입히고 싶다. 수필도 분명한 형식이 있으니 이는 곧‘주관적 산문 형식’이라 하고 싶다. 1. 수필은 형식이 없다 수필의 '무형식의 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몽테뉴와 베이컨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몽테뉴가 16세기 말에 그의 수상록을 '에세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냈을 때,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한 새로운 종류의 문학을 만들어 냈다. 원래 ‘에세이’의 ..

‘3인칭 에세이’ 가능할 것일까?

‘3인칭 에세이’ 가능할 것일까? 석현수 에세이는 1인칭의 자기 그리기 문학 장르다. 설마 소설을 닮은 에세이를 쓰자는 것은 아니겠지. 나를 감쪽같이 가리고 독자를 속이는 일은 에세이의 본령을 거스르는 일이다. 에세이는 어디까지나‘나’를 중심으로 한 1인칭의 글이어야 한다. 1. 수필은 ‘나’의 글이다. 에세이 쓰기 초입에서부터 들어온 수필 문학의 성격은 이러하다. 에세이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1인칭의 글이라는 점이다. 에세이는 “1인칭의 문학이며 자기 관조를 통해 좀 더 나은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자아의 투영”이라든가, “나의 시각에서 쓰이는 글”, 그리고 수필은 “자기 고백적인 문학”이란 말이 거듭 반복되고 있다. 註2) 역으로 ‘1인칭’을 전제로 한 글쓰기가 아니고서는 에세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

수필隨筆의 의미를 어원語源에서 찾다

수필隨筆의 의미를 어원語源에서 찾다 석현수 隨筆수필의 한자음은 隨 :(때때로) 수, 筆: (쓸, 적어둘) 필이다. 아울러 ⑦‘붓 가는 대로’란 의미의 따를 수隨, 붓 필筆 은 한자어에서 올바르게 뜻을 차용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동양권에서 수필의 처음 시작은 중국의 경우 홍매洪邁 A.D. 1202, 일본은 세이 쇼나곤淸少納言 A.D. 1000,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박지원 A.D. 1780부터이다. 이름하여 수필隨筆의 창업자로 삼은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글을 수필이라 이름하였다. 한문 문화권에서 중국. 일본, 한국은 모두 같은 단어를 쓰고 있기에 의미가 다를 수 없다. 단지 용어 풀이를 달리하기 때문에 이론異論이 발생하여 상호 간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용어의 정의는 곧 글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

윤오영의 양잠설과 곶감론

윤오영의 양잠설과 곶감론 양잠설養蠶說 -윤오영 어느 촌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훤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 방에서 누에가 풀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투어서 뽕잎 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 같았다. 식욕이 왕성한 까닭이었다. 이때 뽕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며칠을 먹고 나면 누에 체내에 지방질이 충만해서 피부가 긴장되고 윤택하며 엿 빛을 띠게 된다. 그때부터 식욕이 감퇴된다. 이것을 최안기(催眼期)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주 단식을 해버린다. 그러고는 실을 토해서 제 몸을 고정시키고 고개만 들고 잔다. 이것을 누에가 한잠 잔다고 한다. 얼마 후에 탈피를 하고 고개를 든다. 이것을 기잠(起蠶)이라고 한다. 이때에 누에의 체질..

저별

저별 어제 누군가가 놓친 저 별 오늘은 누군가의 희망 또는 그리움이 되겠지 오늘 누군가의 가슴에 지는 저별 내일은 또 누군가를 위해 다시 한 번 반짝이리 한번 가면 그만인 하루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저별은 말하리 ‘반짝’ 딱 한 번 어둠은 왜 등 뒤에 서 있는가를 온 몸으로 소리하는 샛별 저 어둠이 없으면 별은 더 빛날 밤도 없으리 이광석: 경남의령출생. 1940년 『현대문학』추천. 시집 『겨울나무들』외 10편

자 존 심(自尊心)

자 존 심(自尊心) 사람의 마음은 양파와 같습니다. 마음속에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으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가진 것처럼 큰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집부리고, 불평하고, 화내고, 싸우고 다툽니다. 그러나 마음의 꺼풀을 다 벗겨내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이 자존심을 버릴 나이가 되면 공허함과 허무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 하나를 벗겨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아픔이 따릅니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자존심 없이 태어납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반평생은 자존심을 쌓고, 다시 그것을 허무는 데 남은 반평생을 보냅니다. 그리고 힘든 인생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우리를 자신 안에 가두고 있는 자존심을 허물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얻게 됩..

가을 앓이

가을 앓이 김필연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높이도 비어있고 바람은 냉기에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오늘도 그대가 놓고 간 가을과 함께 있네 들려주시게 바람에 드러눕던 갈대처럼 풋풋했던 목소리 보여주시게 붉나무 잎새보다 더 붉던 그대 가슴을 더 붉던 그대 가슴을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여전히 비어있고 바람도 여전히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을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